2014.08.15
[셋째 날 – 아! 숨이 막힌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바람막이와 우모복(가벼운 오리털 옷)을 껴입고 침낭에 들어가 잠을 자다 보니 새벽 1시 30여분에 벌써 린자니의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잠을 깨워 선잠을 자게 한다.
새벽 2시에 준비된 볶음밥을 웅크리고 앉아서 모두 먹어 치운다. (완전 볶음밥 체질이다. ㅋㅋㅋ)
“우리는 2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으니 천천히 갑시다. 빨리 올라가 봐야 떨기만 하지”
누군가의 틀림없이 맞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3시간을 걸리지 않을까? 여기서부터 고도1,100m 정도는 올라가야 하는데 하는 나의 염려를 알기라도 하듯이 아공(산행 가이드)은 지금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일출은 6시 30~40분 즈음)
결국 린자니 정상(3,726m)까지는 4시간 넘게 걸렸다.
처음 길은 고운 화산재가 마치 아주 조금 얼음이 있는 눈 위를 걷는 기분이다.
신발이 푹푹 들어가고 스패치 위로도 부드러운 화산재가 쌓인다.
스카프로 코와 입을 가리고 오르는 길은 가파른 경사면으로 인하여 쉽지 않다.
화구벽 능선을 더 지나고 정상이 보이면서는 화산재와 작은 돌들이 쌓여 있어서 발이 미끄러지기도 한다.
적도의 동쪽 하늘이 피를 뿌리듯 선명하게 붉은 색으로 물들고 오른쪽으로 세가리아낙 호수(칼데리아 호수로 백두산 과 같이 화산 꼭대기에 물이 괴어 만들어진 호수)가 선명하게 제 모습을 보여줄 무렵에 붉게 타는 태양이 수평선 위로 솟아 올라 세상을 군림할 준비를 마치고 어두운 밤을 밀어내고 밝은 세상을 선사한다..
1만 8천여개의 섬으로 형성된 인도네시아(그리스어로 인도인과 섬들을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로 19세기 중엽에 영국인 언어학자가 지었다고 한다)의 아주 작은 섬 중에 하나인 롬복(발리보다 작지만 인구가 250만며이 살며 발리는 제주도의 거의 3배 정도 크기이기에 롬복 또한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으나)에 있는 3번째로(인도네시아에서) 높은 산의 정상에 마침내 올라서서 자신감에 충전해 있다.
강한 바람에 먼지를 휘날리며 팔라완가-2 캠프로 내려 가야 한다.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뿌연 먼지를 마시면서 캠프에 도착했다.
곧 따뜻한 홍차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여기 저기서 텐트를 철거하고 하산 준비를 시작한다.
그늘에 앉아 바나나 팬케익에 곱게 자른 파인애플로 늦은 아침을 먹고 있으려니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찾아서 몰려든다.
텐트가 모두 정리되고 팔라완가-2(2,639m) 베이스 캠프를 출발해서 세가라아낙호수 캠프(2,100m)를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갈림길에 접어 들면서 가파른 산 사면을 따라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내려오는 동안 줄곤 오늘의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내일 여정이 화제거리가 되곤 하였지만 500여m를 하산 한 이후에 안개가 자욱한 호수에 도착하였고, 많은 텐트 사이에 짐을 풀고 포터들이 모두 도착한 이후에 텐트를 치고 노천온천을 향해서 살과 아리 그리고 아공과 함께 출발하였다.
온천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이미 여독을 풀고 있었고,노란 머리에 키 큰 아가씨들이 비키니를 입고서 거침없이 노천 온천탕으로 들어온다. 남녀 혼탕에 여러 인종이 두루 섞인 노천탕 이다.
오직 쌀 밥과 가볍게 스프(가지고가 반찬이 너무 많아 그것을 먹어야 했기에)만 주문하여서 우리의 반찬을 섞어서 먹으니 간만에 정겨운 김치 맛과 다른 밑반찬의 정겨움과 그 맛을 만끽하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술을 구할 재간이 없는 처지다.
오늘밤 초롱초롱한 별들을 보며 텐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정상 표지판을 인증하고
하산 길에도 먼지...
호수에 작은 분화구
원숭이들
다음 숙소인 호수가로 하산
오늘 야영지 도착...